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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달까지 가자' Book 리뷰

by Hooling 2022. 1. 19.

'달까지 가자'는 월급만으로는 부족한 2030세대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작품이었다.

코인 열풍에 편승한 흙수저 20대 여성 세 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5평, 6평, 9평.

1인 가구가 늘어난 현재, 대부분의 2030세대의 1인 가구가 살고 있는 주거의 크기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다해, 은상, 지송이 살고 있는 집의 크기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소위 국민평수라 불리는 24평, 32평짜리 집에는 살 수 없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오피스텔에서도 해당 평수에서는 살 수 없다. 현실이 그렇다.

 

대기업에 첫 입사를 하더라도 월 500만 원 벌기가 어려운 시대이고, 대부분의 2030세대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200~3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세상이다. 연봉 협상을 위해 죽어라 애쓰고, 열심히 노력해서 승진하더라도 내 월급의 상승분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출퇴근을 하며 남들이 부동산에 내놓은 집 값을 확인해보라. 1억이던 집이 1억 5천이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근 몇 년 사이에 2배, 3배씩 뛰어버린 집들도 널렸다.

 

언젠가부터 '노력하면 성공한다, 남들보다 배로, 죽어라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라는 말이 전부 부질없게 느껴졌다. 내 노력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살았던 20대가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을 위한 복지라고 정치인들이 벌이는 쇼는 가히 경악스러울 뿐이다. 말 그대로 '현타'를 아주 세게 맞았다. 밤낮을 지새우며 열심히 노력한 내 시간의 댓가가, 그 옛날 소작농이 노예를 부리고 주는 빵 조각 정도인 것 같아졌으니까. 

 

흙냄새 풀풀 풍기는 다해, 은상, 지송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쩌면 21세기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내 또래의 세대, 기성세대들이 절대 이해할 수 없다며 두루뭉술하게 한데 묶어 씹어대는 MZ세대의 희노애락이 모두 녹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세대는 분명 좋은 대학에만 진학하면, 이름난 기업에 입사만 하면 남은 인생이 탄탄대로 일 것이라는 말을 굳게 믿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렇게 교육 받으며 평생을 살아온 '우리'가 맞이한, 누군가가 부러워할지도 모를만한 이 세상은, 그저 '짜디짠 박봉, 보수적인 조직, 멍청한 리더' 따위로 얼룩진 세상이었다. '배움이나 발전따윈 하나도 없이 별 거 아닌 개인기 정도를 센스나 능력이라고 평가 받으며 겨우겨우 업무나 쳐내고, 혁신도 자극도 없이 평생 이 상태로 근근이 유지만 할 것 같은 정체된' 현실이었다. 편하고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며, 때로는 누군가에게 부러움을 사는 '우리'가 누리는 이러한 안정은 누군가의 콧김에도 쉽게 부스러내릴 수 있는 허약하기 그지없는 자유일 뿐이었다.

 

이 소설은 이더리움이라는 코인 투자를 통해 경제적으로 인생 역전을 맞이한 세 인물의 이야기이다. 전혀 무겁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위트있게 그렇지만 매우 현실적이게 풀어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읽은 뒤에 씁쓸한 맛이 계속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마치 투뿔, 원뿔처럼 소고기 등급을 매기듯이 사람에게 특출남, 무난함 따위로 등급을 매기는 회사가 씁쓸했던 것일까. 다해, 은상, 지송이 살아가고 있는 지극힌 현실적인 세상이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도 똑같이 닮아있어 화가 났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저들처럼 인생 역전을 맞이하지 못한 나의 옹졸한 마음 때문일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발목에 매달린 쇠사슬을 과연 눈앞에서 툭 끊어내고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을까?

나는 주인공 다해가 정말로 나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더욱 이 작품에 애착이 생겼다. 어쩌면 그렇기에 읽고난 이후 이런 찝찝한 불쾌감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코인 열풍에 편승에 흙수저를 벗어난 정도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어쩌면 내가 가장 반듯하고 단정한 필체로 적어내려갈 수 있는 것은 주인공 다해와 마찬가지로 '일단은, 계속 다니자.' 일지도 모른다는 것.

'돈도, 자기 좋다는 사람에게 가는 거야.'라는 문장을 읽으며 웃음과 비명을 함께 질렀던 나는 무엇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유행처럼 타고 지나간 MBTI 유형 중에서 나와 같은 INFJ 주인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그래서 기쁘면서도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장류진 작가님의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